[프로야구]'나대로' 타법 잘치면 무죄?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국내 프로야구 타격코치들의 문제점 하나.

자신의 타격 자세대로 타자를 뜯어고치려 한다. 이는 선수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사람의 개성이 모두 다르듯 타자의 타격폼이나 스타일도 열이면 열 모두 다르지만 국내 감독 코치들은 규격화된 틀에 맞추려 한다.이 때문에 제 기량을 채 꽃피우지도 못한 채 그냥 사라져간 선수들이 부지기수 .

하지만 타격에는 왕도 가 없다. 꿩 잡는 게 바로 매 .자신의 몸과 스타일에 맞춰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삼성의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 용병 훌리오 프랑코.그는 국내 어느 선수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독특한 타격 자세를 갖고 있다.일반적으로 타격전 배트를 곧추세우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방망이를 거의 수평으로 뉘어 놓는다.또 왼손가락을 방망이에 하나만 걸어놓고 타격을 한다.열손가락이 아닌 여섯손가락으로 배팅을 하는 셈.

이 타격법은 방망이가 한바퀴 뒤로 돌아나오기 때문에 변화구 타이밍을 맞추는데 유리하다.직구는 빠른 배트 스피드로 보완.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대신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한다.

프랑코가 이런 희한한 타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스타일에 맞기 때문 이다.그는 이 타격 자세로 메이저리그 16년 통산 3할1리를 쳐 냈고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10일 현재 0.579(19타수 11안타)의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박흥식타격코치는 나이어린 선수들에게 절대로 권할 만한 타격자세가 아니다.기본에는 어긋나지만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이기 때문에 자세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삼성의 홈런왕 이승엽의 타격도 모범답안 은 아니다.오른발을 한참동안 드는 외다리 타법 은 잘못 사용하면 독 이 된다.변화구 타이밍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두산 심정수도 몇 년전 이 외다리 타법 을 시도하다 실패를 봤다.

하지만 이승엽은 프로에 입문한 95년 전지훈련에서 이 타격자세를 완전히 몸에 익힌 뒤부터 승승장구 했다.

롯데 악발이 박정태도 아마 전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만한 시계추 타법 으로 31경기 연속안타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젠 상식을 깬 개성이 존중받아야 할 시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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