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불은 天災아닌 人災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엊그제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96년 군(郡)면적의 8%나 되는 1000만평이 잿더미로 변한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보았던 고성에서 또 큰 산불이 난 것이다. 5개년 복구계획을 세우고 97년부터 묘목심기가 추진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벌목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4년 전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산불로 가옥과 가축을 잃은 고성 주민의 고통은 산불의 무서움을 일깨워준다.

올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500건을 넘어섰고 피해면적도 1500ha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건수로는 벌써 지난해의 315건을 넘어섰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이른다. 피해면적 역시 지난해 전체의 3배, 같은 기간의 5배가 넘는다.

봄철 산불 빈발은 가뭄 탓일 수 있다. 전국적 건조주의보가 50일째 이어지고 있고, 산림청의 산불예보지수가 위험수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문제는 산불이 나기 쉬운 조건임에도 정부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의 예방대책이나 발화 후 대응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 강원도 고성, 강릉, 삼척 등에서 일어난 산불은 그러한 예의 전형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일단 발화가 되면 진화가 쉽지 않다. 산지의 경사와 기복이 심하고 임도(林道)도 부족해 즉각적 지상 접근이 곤란하다. 봄철에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연소진행속도는 평지의 8배나 된다고 한다. 물론 진화 장비나 시설도 중앙 관제소에서 산불을 감지할 수 있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미약한 형편이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우리나라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로 비롯된 것이 그 대부분이다. 입산자의 실화가 47%, 논 밭두렁 태우기에 따른 산불이 19%, 군 사격훈련에 따른 산불을 포함한 기타 원인이 34%라는 게 산림청 통계이다. 이번 고성의 산불도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군부대에서 날린 불씨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어제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등산로 폐쇄, 성냥 등 화기물질 지참과 흡연 및 취사 금지 등의 조치에다 이를 위반해 산불을 내는 경우 징역 등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등에 대해서는 산불예방과 산불진화 책무를 소홀히 할 경우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에게는 재해대책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조치이겠으나 큰 산불이 나기 전 그같은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산불은 피해 복구에 20∼30년, 생태계 원상 복귀에는 40∼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은 산불을 국토환경보존과 국민 생존권보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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