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6년만의 부활投 박동희

  • 입력 2000년 4월 8일 14시 27분


"그래 이맛이야!"'슈퍼베이비'의 화려한 부활투.

박동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박은 7일 대구구장서 벌어진 SK전에 선발 등판, 151Km의 광속구를 뿌리며 상쾌한 완봉승을 거뒀다. 박의 선발 승은 96년 7월31일 현대전 이후 3년여만의 일. 박은 이날 9이닝 동안 피안타 3,볼넷 2개만을 허용, 전성기때의 호쾌한 구력을 되찾았다. 그의 완봉승은 롯데 소속이던 93년 9월 9일 태평양전 이후 무려 6년 7개월 만에 처음 맛본 짜릿함 그 자체였다. 9회말 SK의 마지막 타자 이민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그의 얼굴엔 10년 묵은 체증이 풀린듯 함박 웃음이 가득했다.

그의 부활은 이미 시범경기때부터 예견됐던 일.그는 올 시범경기에서 13이닝동안 9실점 방어율 5.5로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아마주어 시절 박동희는 최동원-선동렬로 이어지는 차세대 폭격기로 주목 받았다. 노모 히데오를 능가하는 투구로 야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잘 나갈때'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집중 표적이 됐었던 인물. 강속구의 대명사 박동희. 그러나 그의 야구인생은 화려한 그의 명성만큼 풀리지는 않았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90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첫해와 이듬해인 91년 각각 10승 7세이브 와 14승 3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박동희는 92년 한국시리즈 MVP 수상을 정점으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는다. 잦은 부상은 그를 마운드의 폭격기로 놔두지 않았다.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마운드의 떠돌이 투수생활 8년여. 팬들은 그를 더이상 마운드의 폭격기로 기억해 주질 않았다. 한때 잘나갔던 선수, 그러나 지금은 그저 그런 선수로 기억됐다. 엎친데 덮친격. 박동희는 통풍성 관절염에 시달리던 97년 시즌도중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은 박동희에게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라는 지상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삼성 구단 뿐만아니라 팬들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부진.부진.부진. 그의 슬럼프는 마침표를 찍을줄 몰랐다.98년 16경기 출장에 1승 1패 방어율 6.86, 99년 7경기 등판에 1패 방어율 11.25. 최근 2년간 성적표는 그의 명성에 비해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느덧 32살의 노장. 그의 잔치는 다시 시작됐다.그는 올 스프링 캠프에서 "바꿔 바꿔"를 열창했다. 계형철 코치와 김성근 2군 감독의 지도로 투구폼을 바꿨다. 그뒤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되찾았다.고질적인 무릎통증도 더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는 “올들어 크게 아픈 적이 없어 희망적이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비상을 꿈꾸며 재기의 칼날을 갈아온 박동희. 그는 '수퍼 베이비' 에서 이젠 '수퍼 베테랑'으로 거듭났다. 박동희. 그에겐 '삼성 우승'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그의 미션은 '임무완수'로 끝날까, '미션 임파스벌'로 마침표를 찍을까.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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