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수경-김진웅, 나란히 부상 회복 불꽃投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이제 수습기간은 끝났다. 챔피언을 향한 마운드는 내가 지킨다.”

새천년 프로야구에 ‘N세대 돌풍’이 거세다.

주역은 고졸 3년차 투수 김수경(21·현대)과 김진웅(20·삼성).

이들은 6일 올 시즌 첫 등판에서 나란히 놀라운 패기를 자랑하며 마운드를 지켜 팀 승리를 지켜냈다.

방망이에 비해 마운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와 삼성. 이들 양팀에서 둘은 ‘믿을 만한 안식처’로 평가받은 것.

김수경은 한화전에서 8이닝 동안 안타 4개만을 내주며 147㎞의 직구와 슬라이더를 ‘겁없이’ 뿌려댔다. 삼진도 12개를 잡아냈다.

김진웅도 SK전에서 146㎞의 직구와 슬라이더로 무려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올 시즌 첫 무4사구 완봉승을 거둬내 삼성의 새 ‘희망봉’으로 떠올랐다.

98년 인천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들어 신인왕을 거머쥔 신세대 김수경은 지난해에 탈삼진왕에 오르며 2년 연속 두자리 승수(98년 12승, 99년 10승)를 지켰지만 지난해 패전도 11번이나 돼 승률이 5할 이하로 떨어져 불안감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해 10월에는 등산을 하다 왼쪽 발목 골절상을 당해 선수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당시 병원에서 접합수술을 받았지만 6개월이 지나야 정상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수경은 접합수술을 받은 지 4개월 만인 2월 그라운드에 서서 볼을 뿌릴 수 있었다.

젊다는 점 말고도 그가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활훈련을 열심히 한 결과.

김시진투수코치가 “김수경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훈련을 좀 자제하라는 것뿐”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

선배 위재영에게 마운드를 내준 뒤 더그아웃에서 1점차 박빙의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김수경은 승리가 확정되자 펄쩍 뛰며 좋아했다.

“올 시즌은 정말 잘될 것 같아요”라는 게 그의 소감.

김수경이 신인왕 출신으로 화려하게 시작했다면 대구고를 졸업한 김진웅은 뒤늦게 빛을 발하는 셈.

팬은 그를 자주 볼넷을 내주는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에 34경기에 나와 4사구를 무려 89개나 기록했다.

그러나 6일 대구구장에서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데뷔이래 첫 완봉승도 그랬지만 6연속타자 탈삼진을 비롯해 볼넷 하나 없이 13개의 삼진을 잡아냈기 때문.

‘볼넷투수’에서 ‘K박사’로 ‘환골탈태’한 셈.

김진웅도 지난 시즌 팔꿈치와 무릎의 고질병으로 고생했지만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체중이 98㎏이나 나가 ‘사자보다는 곰’처럼 보이는 그는 주위에서 ‘정말 곰이다’라고 말했을 정도. LG에서 이적한 고참 포수 김동수의 리드가 이어지자 그는 삼성 마운드의 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겁없는 신세대 김수경과 김진웅. 둘다 부상이라는 아픔을 딛고 완숙미를 얻어가고 있어 기대를 더해주고 있다.

<대전〓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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