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저자 정찬용박사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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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한말씀만…”

정찬용박사(43·삼성에버랜드 환경디자인센터장)가 이렇게 입을 떼면 회의장은 조용해진다. 동료들의 시선에는 일제히 ‘이번엔 또 무슨 엉뚱한 얘기?’라는 긴장이 실린다. 정박사가 전공인 ‘조경 및 환경개발학’과 동떨어진 영어학습서를 쓰고 베스트셀러 필자가 된 것도 이런 ‘생각 뒤집기’의 버릇과 무관하지 않다.

4월 첫주까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집계 7주 연속 전 부문 종합 1위, 1999년 7월 발간 이래 3월말까지 33만부가 팔려나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사회평론). 저자 정박사가 처음 출판사에 제안한 제목은 ‘영어공부 때려치워라’였다.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하지마라’가 제안하는 영어공부법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

“사실이다. 하루종일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봤다는 오성식씨 등 한국사회에서 영어의 달인 소리를 듣는 사람 상당수가 나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을 거다. 다만 나는 그것을 체계화하고 단계까지 나누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영어 익히기의 핵심은 간단하다. ‘미국사람들은 영어를 공부(Study)하지 않는다. 영어를 배운다(Learn).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려 들지말고 영어 그 자체로 익히라’는 것.

―저자가 주장하는 공부(Study)와 배우기(Learn)의 차이가 뭔가?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이 바로 ‘배우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의 말을 많이 듣고 그걸 흉내냄으로써 말을 하게 되고 그 뒤에 글자를 익혀 읽고 쓰지 않는가. 모국어든 외국어든 자연스레 언어를 익히는 방식은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영어공부법은 이것과 완전히 역순이다. 알파벳부터 익힌 뒤 읽기와 문법을 공부하고 듣기 말하기에 관해서는 무조건 외우는 식이다. ”

―‘…하지마라’도 기초단계에서는 자기 수준에 맞는 테이프를 정해놓고 반복해서 들으라고 하는데, 결국 외우라는 얘기 아닌가?

“전혀 다르다. 내가 말하는 것은 ‘반복해서 들으라’이지 ‘외우라’가 아니다. 외우기식 공부의 대표사례가 상황(situation)을 설정해 놓고 그 예문을 달달 외우는 영어회화 학습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외운대로 물어보지 않으면 말문이 막힌다. 아이가 말을 배우듯 반복을 통해 언어의 논리체계가 머리 속에 자연스레 자리잡아야 한다.”

외국어에 관한한 그의 ‘주특기’는 영어보다는 독일어다. 사실 ‘…하지마라’에서 그가 풀어놓은 영어학습법도 유학시절(독일 하노버대) 독일어를 익히며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다. 독일어는 사내 시험에서 1000점 만점에 955점, 토익(TOEIC)은 미국 출장 20회 후 별도 학습없이 시험을 치러 890점을 받았다.

처음 책을 쓴 이유는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외국어를 잘하나”고 묻는 동료들에게 설명 대신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두군데 출판사에서 ‘장사 안 될 품목’이라는 이유로 출간을 거절당해 원고를 2년이나 묵히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 자신도 예상치 못할만큼 베스트셀러가 되자 “벤처하자”고 덤비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영어강사등으로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 첫째 돈욕심이 별로 안 나고 둘째 벤처 운운 하는 사람 대부분이 전략도 없이 ‘정찬용’ 이름 석자만 들이대면 팔릴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2권을 내겠다고 예고했는데…

“하도 독자 질문이 많아 그것들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답을 붙여 2권을 만들 계획이다. ”

정박사는 2,3개월내에 자신의 방법대로 공부해 ‘영어를 술술 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독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렇게 된다면 ‘…하지마라’ 식 영어학습법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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