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매집열기 분석/6개월새 10조원어치 '꿀꺽'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집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외국인들 덕분에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매물을 던지고 있는 양상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주요 매집대상 종목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및 정보통신 관련주에 편중된 점을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바이 코리아’가 아닌 ‘바이 세미컨덕터(Semi-Conductor)’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연일 이어지자 ‘그들만이 알고 있는 호재’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투신-개인 내던지면 '싹쓸이'▼

▽6개월 연속 총 10조원어치 매수〓외국인들의 한국물 매집열기는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9월까지 매도에 치중한 외국인들은 10월부터 순매수로 반전, 올들어 3월까지 6개월 연속 순매수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2일까지 총 5조1069억원어치, 작년 10월 이후 총 9조332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만을 놓고 볼 때 투신과 개인들이 던진 매물의 상당부분을 외국인들이 싹쓸이해간 셈이다.

▼매수기조 당분간 유지할듯▼

▽상반기가 매수적기?〓크레디리요네증권 허의도이사는 “아시아권 국가중에서 한국만큼 빠르게 외환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없다”며 “4월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외국인들은 경제기초여건 측면에서 한국에 투자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수급불안과 주가조정은 사실상 3∼6개월짜리 상품인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초래된 현상으로 기업실적이나 경제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투신권이 환매부담으로 보유주식을 처분해야하는 상황을 저점매수의 적기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상반기 동안 일관되게 매수기조를 유지한 다음 신규 펀드가 설정되는 하반기에 팔아 ‘대목’을 잡으려는 포석인 듯 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등 반도체에 자금몰려▼

▽글로벌펀드의 위력〓올들어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미국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내 투자자들은 자국 증시보다는 해외 증시, 특히 아시아권에서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국가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 신규 투자자금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펀드운용자들은 반도체와 인터넷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반도체 국제시세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반도체회사에 외국인 매수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환차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유인하는 호재라는 지적이다.

이병익본부장은 “한국주식을 산다기 보다는 싸이클상 업황이 호전되면서 자체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식과 삼성전기 LG정보통신 등 통신장비업체 주식을 ‘찍어서’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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