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추락장세 분석-전략]"200도 불안" 코스닥 '허우적'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생각보다 골이 깊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코스닥 종합지수가 18.73포인트 떨어지며 6일째 하락세를 이어간 20일. 투자자들은 보유주식을 하한가에라도 던지고 시장을 떠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차별 투매(投賣)보다는 반등에 대비해 투자자금의 절반 정도를 현금화하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5兆물량 쏟아지는데 매수 '뚝'▼

▽매수세력이 없다〓코스닥시장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계기는 미국 나스닥시장의 폭락. 다우지수의 반등이 힘있게 느껴지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需給)의 불균형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쏟아지는데 이를 받아줄 주체가 없다는 것.

봇물이 터진 코스닥기업 유무상증자로 4월까지 시장에 나올 물량은 5조원 가량이지만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했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데다 수익증권 환매에 허덕이는 투신권 등 기관투자가는 연일 ‘팔자’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

올들어 코스닥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관들의 매매동향. 76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1월에는 폭락, 4555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2월엔 폭등, 다시 이달들어 13일부터 1500억원이 넘도록 순매도하자 맥을 못추고 있다.

7000억원대에서 최근 1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미수(未收)잔고도 악성매물을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날개없는 추락인가〓요즘같은 상황에서 증권사 투자분석팀의 임무는 ‘반등의 모멘텀’을 찾는 것. 그러나 이렇다 할 계기가 없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종합지수 241 정도에 걸쳐있는 6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이미 부서졌다.

▼바닥 170선까지 보기도▼

굳이 지지선이 될 만한 지수대를 끌어대자면 작년 11월의 200∼230선, 이마저 붕괴되면 올 1월하순의 170선이 ‘바닥’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내놓을 뿐이다.

증권업계는 “투신 수익증권 환매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투신권에 환매자금을 지원하든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풍부한 은행권에서 코스닥 전용펀드를 만들어 수요를 진작시켜야 폭락사태가 멈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는 현금화전략이 최선〓‘큰 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보유주식을 조금씩 내다팔아 현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

대신증권 정윤제 책임연구원은 “만약 큰 손실이 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고 쉬는 것이 제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보유주식 평가액이 절반이상 떨어졌다면 반등을 투매보다는 반등을 기대하며 장기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

대우증권 이영목과장은 보유주식의 절반 정도를 현금화 한 뒤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사자’주문을 내는 전략을 권했다. 이과장은 “코스닥종목을 팔고 거래소로 옮아가는 것도 지금같은 수급상황에선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유망종목을 얘기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없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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