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시대/중국측 반응-전망]당혹…충격…경계

  • 입력 2000년 3월 19일 20시 38분


중국은 이번 총통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천수이볜(陳水扁)후보가 당선된데 대해 내심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선거에 앞서 여러 차례 무력사용 위협을 가하며 천후보 당선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대만에 인접한 푸젠(福建)성 주둔 군부대에 전투준비령을 내리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라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천후보의 당선이 결정된 18일 밤 공산당 및 국무원 명의로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뗄 수 없는 영토이며 어떤 형태의 대만독립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그러나 “중국은 새 지도자의 말과 행동을 지켜볼 것이며, 그가 양안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주시할 것”이라며 일단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밝혔다.

천후보의 당선으로 향후 양안관계는 보다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만판 ‘북풍’을 이겨내며 자신감을 얻은 천 당선자가 ‘대만 독립’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천후보가 당선 기자회견에서 “홍콩과 마카오와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방식의 통일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천당선자가 중국의 거듭된 무력사용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독립을 선언하거나 이를 헌법에 삽입함으로써 중국을 격렬하게 자극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베이징(北京)롄허(聯合)대학 대만연구실의 쉬버둥(徐博東) 주임은 “5월20일 천 당선자의 시정보고가 주목된다”며 “천당선자가 그동안 주장해온 ‘두개의 화인(華人)국가’‘대만독립’ 등이 이 보고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지 양안관계를 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리자취안(李家泉) 연구원은 “천당선자가 대만독립 주장을 포기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 것이 양안관계의 회복과 고위층 상호왕래 재재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가까운 시일내 양안간의 갈등이 표출되지는 않겠지만 이른바 ‘관찰기간’이 끝나면 중국이 그동안 상대해온 국민당정권과는 전혀 다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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