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유진박, 한국활동 5년 결산 리사이틀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1996년 12월, 당시 약관의 줄리아드음대 출신 재미교포 유진 박(25)이 비올라와 첼로 줄을 하나씩 이어붙인 여섯줄짜리 ‘전기 바이올린’을 들고 한국에 왔을 때 클래식계는 물론 대중음악계도 일회성 ‘습격’에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5년, 그는 사물놀이(김덕수) 판소리(안숙선) 재즈피아노(신관웅) 언더그라운드 록(크라잉 너트) 등 온갖 장르와의 퓨전 및 두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국내 크로스 오버 계열의 ‘젊은 좌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가 21일 오후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한국 활동 5년을 결산하는 무대를 갖는다. ‘유진 박 음악회, 無限自由(무한자유).’ 02-1588-7890, 3660-3726

▼ 명문재즈클럽 '버드 랜드' 인수 ▼

16일 오후 서울 연세대 인근의 명문 재즈 클럽 ‘버드 랜드’에서 만난 그는 “여기는 내 것”이라며 최근 이 클럽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복성 임국희 이정식류의 일급 재즈 뮤지션들이 상설공연을 갖거나 대대로 이 클럽을 운영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재즈 크로스오버 부문에서는 그를 톱클래스로 ‘공인’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5년간 음악만 한 탓인지 우리 말은 별로 늘지 않아, 유진 박은 두시간 내내 영어 반 우리말 반이었다.

―벌써 5년째다.

“뮤지션 입장에서 우리 나라만큼 음악팬들을 공략하기 어려운 곳도 없을 것이다. 온나라에 노래방이 퍼져 있고 엇비슷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전국민이 ‘가수화’돼 있고 음악적 성향도 대개 유사하다. 내가 5년 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음악적 코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난 행운아다.”

―1998년 2집 ‘Peace’ 이후 앨범이 없다.

“당시만 해도 음악적 영감을 재충전하러 줄리아드음대로 다시 갈 생각을 했고,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업’에만 있다보면 바이올린으로 테크노를 하겠다는 등의 ‘발칙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여놓은 일이 많아 미국행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학교에 다시 가더라도 버클리 음대(조PD 양파 재학 중)로 가야겠지. 3집은 올해 낼거다.”

―2집 이후 매니저도 없다면서?

“가만 보면 매니저들은 장사만 하고, 나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데려다 주지 못했다. 지금은 어머니와 차도 없이 다니지만 별 상관없다. ‘음악적 지위’도 그리 흔들린 것 같지 않다. 15일에는 경북 청도 ‘소싸움 축제’에서 공연을 부탁하기에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갔다왔다.”

―데뷔 직후 같은 음반사 소속(소니뮤직)이었던 싱가포르 출신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와 비교돼왔다.

“걔는 나랑 정말 다른데…. 왜냐면 바네사는 컴퓨터 사운드를 입힌 전자(electronic) 바이올린을 켜고, 나는 사운드만 전기로 증폭시키는 전기(electric)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바네사가 신시사이저라면 나는 일렉트릭 기타랄까.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걔는 애드리브가 안된다는 거다. 아무튼 사람들이 계속 나를 ‘전자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 것도 바네사와의 비교 때문이다.”

▼ 키보드 이용 색다른 분위기 연출 ▼

―공연일정이 마침 바흐의 생일인데 레퍼토리도 바흐 위주인가.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 ‘G선상의 아리아’ 등 바흐의 곡 중 좋아하는 여섯곡만 골랐다. ‘브란덴부르크…’의 경우 키보드를 이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낼 거다. 물론 나머지 시간은 일반 클래식에서 재즈 록 집시 탱고 펑크 테크노까지 아우르는 무대(melting pot)를 만들겠다. 인터넷(www.anc37.co.kr)으로도 볼 수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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