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남자부우승 정남균 인터뷰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2000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예상을 완전히 깨고 우승한 ‘마라톤 샛별’ 정남균(22·한국체대)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두 팔을 쫙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시드니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그려봤습니다. 그 가운데 고향에서 병으로 요양중인 아버지와 그간 혼자서 힘들게 뒷바라지 해온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결승선 통과후 감격에 목이 메던 그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고 곧바로 활달한 모습을 보였다. 취미를 묻는 질문에 “너무 많아 고르지 못할 정도지만 요즘은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고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당당하게 “있지만 누군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신세대 스타의 모습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정남균은 서울 영동중 2년때 5000m 및 1만m 전문 중거리 선수로 육상에 발을 디딘 후 서울체고로 진학, 5000m 국내 고교랭킹 3위를 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체대에 진학하면서 마라토너의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그는 98년 뜻밖의 시련에 울어야 했다. 7월 강원 평창에서 ‘지옥훈련’을 하다 오른쪽 장딴지 근육 부상으로 8개월 가량 훈련을 중단해야 했던 것. “선수생활중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시련기였습니다. 이대로 끝나는게 아닌가 하고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죠.”

그러나 어떤 것도 그의 ‘큰 꿈’을 막지 못했다. “97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시드니 전지훈련을 갔는데 힘들 때마다 이곳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상상하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재활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첫 출전한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2분02초로 10위를 한데 이어 전국체전 남자 20km에서는 1시간02분11초로 우승, 주목받았다. 한국남자 마라토너로서는 다소 큰키인 1m78, 60kg. 정남균은 이날 “부모님에게 즐거움을 드리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한 뒤 스탠드를 쳐다보며 누군가를 찾고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머니 서영애씨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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