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미각시대]커피 역사와 맛내기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아랍인들은 아침 기도를 마치자 마자 커피를 만든다. 여자들이 빵을 굽는 동안 커피 끓이기는 남자들의 몫. 생두를 씻어 주석 냄비에 볶고 식혀서 절구에 빻아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고 그 속에 커피가루를 넣은 뒤 향신료인 카더만 등을 섞는다. 더운 날씨에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이 왜 유독 커피 끓이기엔 정성을 다할까. 커피의 역사 속에 그 해답이 있다.

서기 7세기 경, 에디오피아에 칼디라는 양치기 소년이 있었다. 하루는 염소들이 흥분해서 뛰어다니더니 잠을 못 자는 것이었다. 염소들은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따 먹었을 때 마다 이런 반응을 보였고, 그 열매를 먹어 본 칼디도 신기하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칼디는 이슬람 사원 승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승려들은 그 열매에서 각성효과를 발견하고 수행할 때 먹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그게 바로 커피다. 아라비아 전역의 다른 사원들에서도 ‘졸음을 쫓고 영혼을 맑게 하며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성스러운 것’으로 커피를 애용했다.

초기에는 자연의 열매를 따먹었으나 이슬람 세력이 커지면서 예멘에서 재배가 시작됐다. 그런데 대량 수확된 커피가 널리 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운반도중 썩고 운반자들이 열매를 몰래 빼돌려 재배하는 일이 생긴 것. 이를 막기 위해 열매에서 싹이 돋지 못하도록 불에 볶기 시작한게 커피 볶기(roasting)의 시작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빨간 열매의 종자를 볶으면 은은한 향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약한 불에 잠깐 볶으면 커피의 신맛이, 강한 불에 오래 볶으면 쓴맛이 나는 등 맛도 달라진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마실 때는 광물질이 많은 약수나 생수보다는 수돗물을 쓰는게 좋다. 물의 온도는 물이 끓기 바로 전인 90도 전후에서 꺼야한다. 100도 이상의 물은 커피속의 카페인이 변질되어 쓴맛을 내고 70도 이하의 물은 탄닌의 떫은 맛을 남긴다.

송희라 <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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