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3월 6일 01시 30분


▼'거리의 흉터' 밟히는 껌▼

약 5년 동안 뉴욕 교외에서 살면서 주부로, 엄마로 바삐 일하다가 가끔 시내에 가면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또는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라 거리에 수없이 버려져 밟혀 있는 껌들이다. 어퍼 이스트, 웨스트 이스트 어디를 가나 수천 수만개의 껌들이 거리에 검은 자국을 내며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에 나가 바닥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건물을 올려보다가 길바닥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렇게 시원한 걸…"▼

낮에 M104번 버스를 탔다. 버스 속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 환기를 하려고 좌석 옆 창문을 열어보았으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자리를 옮겨 다른 창문을 열려고 했으나 마찬가지 였다. 운전기사에게 “왜 창문이 열리지 않느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자세히 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창문틀마다 나사못을 박아 고정시켜 놓았다. 나는 가방에서 조그만 연장을 꺼내 나사못을 모두 뽑고 창문을 열어제쳤다. 금세 버스 내 공기가 신선해졌다. 내가 내리자 운전기사는 열린 창문으로 손을 흔들며 “굿바이”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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