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 미적상상력과 미술사학]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4분


최근 들어 인기 학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술사학. 그 미술사 연구 방법에는 양식론적인 접근, 정신사적인 접근, 사회사적인 접근 등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이 책은 그 중 상상력을 통한 미술사 연구 방법론을 고찰했다. ‘미적 상상력’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저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미술과 한국 미술을 비교 연구해오고 있는 미술사학자.

저자가 미적 상상력을 중시하는 것은 이 상상력이야말로 예술가가 작품을 생산하는 원동력이고, 예술의 보편적 원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을 ‘역사 속에서 미적 상상력을 새롭게 캐내는 학문’으로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상상, 상상력은 논리가 결여된 광기나 공상이 아니다. 이미 미학에서 그 절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따라서 미적 상상력을 역사적으로 추적할 때 미술사학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같은 방법론은 20세기를 풍미했던 양식론적 연구와 구별된다.

그는 이 방법론으로 한국 미술의 역사적 특성을 고찰한다. 그동안 한국 미술사에서 상상력에 관한 연구는 미미했다.

그는 한국의 미적 상상력을 자극해온 예로 재료(혹은 매체)의 충격을 든다. 화강암이 그 하나. 한국 석탑의 주 재료였던 화강암.

그것은 특성상 세밀함보다는 대범함 여유 소박함 등을 즐기는 한국인의 미적 상상력을 더욱 자극해 한국적 미를 계발시켰다고 말한다. 박수근의 그림 역시 화강암 소재의 거친 질감을 활용해 소박한 한국적 이미지와 한국의 미적 상상력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화강암이라는 재질 덕분에 소박함이 한국 미술의 고전적 특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그것을 서양미술에서의 고전성과 동등한 위상이라고 평가한다. 상상력이라는 보편적 예술 원리로 접근할 때, 한국미술사가 세계미술사의 거대한 흐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573쪽, 2만8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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