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내 이빨 먹지마/초등학교 입학식날 '콩닥콩닥'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4분


‘…도대체 가슴은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지,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입니다. 내 몸 전체가 커다란 심장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입니다.’

새 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수민. 여전히 아기처럼 엄지손가락을 빠는 수민이는 입학식 전날 “이수민”하고 식구들이 불러주면 “네”하고 대답하는 연습을 몇 번씩이나 했지만 정작 담임선생님이 이름을 부를 때가 되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입학식에 참석한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엄마도 개구쟁이 동생 지민이도 수민이 얼굴만 쳐다보는데, 어떡하지….

할아버지가 피카추가방을 사 주시고, 할머니가 노란색 구두를 사서 신겨주시고, 아빠가 1만원이 든 저금통장을 주시고, 엄마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입학선물로 주실 때만 해도 학교 올 생각에 기쁘기만 했던 수민이. 지금은 그만 숨어버리고 싶다.

‘어떡하지. 선생님이 부르시는데 대답을 못하면 어떡하지….’

여덟 살 여자아이의 심리, 3대가 함께 사는 도시가족의 풍경이 앙증맞고도 실감있게 묘사된 창작동화집이다. 주인공 수민이의 입학식 정경이 담긴 ‘어서 대답해’ 등 일곱 편의 짧은 동화가 수록됐다.

표제작 ‘내 이빨 먹지마’도 젖니가 빠지는 일고 여덟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다. 앞니가 빠진 수민이는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새 이를 물어다줄 까치에게 헌 니를 주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잘못 던져서 동네에서 제일 낮은 지붕에 떨어진 수민이의 이. 참새와 비둘기가 이를 쪼려하고 쥐가 물어가려 하자 그만 수민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할머니 말씀이 까치가 안 물어가면 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안돼. 까치가 가져가야 하는데…”

다음주면 초등학교 입학식. 엄마와 떨어져서 학교에 갈 걱정에 벌써부터 이유없이 배나 머리가 아프고 울음보가 터지는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입학식날 가슴이 콩닥콩닥 뛸 만큼 겁을 냈던 수민이는 정작 선생님이 부르시자 “넷!”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대답해 반에서 제일 씩씩한 아이가 됐다. 올컬러. 127쪽. 68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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