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화제]'악바리' 이상민 "PO서 봅시다"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현대 걸리버스의 '컴퓨터 가드' 이상민(28)은 지금 '제몸'이 아니다.

이상민은 지난달 13일 SBS 스타즈전에서 상대선수의 발을 밟으며 오른쪽 발목이 삐끗하는 부상을 당했다.그 이후 꼭 한달동안 선발출장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발목 아픈 것은 참을만하다. 시즌초부터 양쪽 아킬레스건에 이상이 와 점프할 때 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올시즌 7경기 결장에 평균득점 11.8점,어시스트 7.3개로 지난시즌에 비해 뚝 떨어졌다.

게다가 18일 SK 나이츠와 숙명의 대결을 벌이며 오른쪽 손목과 허리를 또 다쳤다.이날 하프타임 때 아버지 이상우씨(65)는 체육관 입구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요,완전히 악으로 뛰고있는데 저러다 정말 큰일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씨의 하소연은 간절했지만 누구보다도 상민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한숨만 쉬고 있었다.

사실 이상민의 고집은 대단하다. 이상민이 농구공을 정식으로 처음 잡은 때는 서울 성북초등학교 5학년 때인 83년 가을.학교에 농구부가 생기자 이상민은 농구부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막내아들을 평범하게 키우려던 아버지는 결국 6학년까지만 한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했다.

그러나 막상 6학년이 돼서도 이상민이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하자 이씨는 운동을 그만두게 할 생각으로 집을 반포로 이사갔다.하지만 고집센 이상민이 한시간 가까이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반포에서 성북초등학교까지 통학을 고집하자 아버지도 끝내 포기했다.

그런 이상민은 중학교 때 하도 키가 작아 문경은이 "농구공만한 녀석이 운동을 하네"라고 놀릴 정도였단다.지금 그의 신장은 1m82.

그는 대단한 노력파다.그를 대학시절 지도한 최희암 연세대감독은 "국내선수 중 후천적으로 노력을 통해 큰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이상민"이라고 평가할 정도.

이상민의 현재 컨디션은 평상시의 70∼80% 정도.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둔 현대 신선우감독은 "기왕이면 1등이 좋겠지만 정규리그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코트의 사령관 이상민의 페이스를 조절해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18일 라이벌 SK전에서 15득점 8리바운드 13어시스트의 '준트리플더블'의 활약을 펼친 뒤 이상민은 "이제 좀 살살할래요"라며 다친 오른쪽 손목을 매만졌다.

생전처음 발목부상을 당하더니 이제야 뭔가 느낀 게 있는 것일까.그의 '살살하겠다'는 말이 꼭 플레이오프에서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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