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雲雨之情(운우지정)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자연 기상현상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구름 눈 비 천둥 번개 우박….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아무래도 ‘비’가 아닐까.

비를 뜻하는 雨자는 하늘에서 비가 오는 모습을 보고 만든 글자다. 맨 위의 ‘一’은 하늘을, 左右(좌우)의 네 점은 빗방울을 가리킨다. 그래서 雨로 이루어진 글자는 모두 비나 기후와 관계가 있다. 雪(눈 설) 霧(안개 무) 雷(천둥 뢰) 電(번개 전) 雹(우박 박) 震(벼락 진) 霜(서리 상).

雲은 비(雨)가 올 듯한 기운이 뭉게뭉게(云) 떠 있는 형상으로 ‘구름’을 뜻한다. 그러니까 雲雨란 구름과 비, 또는 비구름이다.

옛날 楚(초)나라의 어떤 왕이 雲夢(운몽·현 洞庭湖)에서 논 적이 있었다. 좀 피곤해 잠시 낮잠에 빠졌는데 꿈속에서 아리따운 仙女(선녀)가 나타나 말했다. ‘저는 巫山(무산)에 사는 朝雲(조운)이라는 여자이온데 왕께서 들리셨다기에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하룻밤만 모시고 갔으면 합니다.’

왕은 그녀와 꿈같은 하룻밤을 지냈다. 이튿날 아침 떠날 때가 되자 말했다. ‘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어 산자락을 노닐다가 저녁이 되면 비가 되어 내리지요.’ 두 사람은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꿈에서 깨어난 왕이 이튿날 아침 巫山을 바라보니 과연 꿈속의 그 仙女가 말했던 것처럼 朝雲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면서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이번에는 비가 되어 내렸다. 왕은 너무도 아쉬웠던 나머지 이곳에 朝雲廟(조운묘)라는 사당을 세워 그녀를 추모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雲雨 또는 雲雨之情이라면 남녀간의 密會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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