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구찌…샤넬… 까르띠에…' 시계도 명품이 뜬다

  • 입력 2000년 2월 17일 20시 20분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핸드백에 이어 최근 시계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바쉐론 콘스탄틴, 에르메스 등이 국내에서 잇따라 시계 전시회를 열면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지난해 국내 손목시계 시장의 매출규모는 약 3000억원. 이중 해외 유명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현재 5분의 1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서슬이 가라앉기 시작한 98년 말부터 해외유명시계브랜드의 매출은 매년 15%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가짜 핸드백이 워낙 정교해 진짜를 사봐야 구분이 안된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진짜’에 대한 관심은 핸드백에서 시계로 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명품시계의 ‘가짜’ 제조기술은 핸드백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문자판의 인쇄가 조악하고 시침 분침의 재료가 싸구려라 한눈에 식별된다.

최근 주식투자나 벤처기업으로 신흥부자들이 생겨난 것도 시장 확대의 원인. 이들을 중심으로 명품시계는 ‘예물’ 등 특별한 물건이 아닌 ‘패션 소비재’로 인식되는 경향이다. IMF체제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팔리는 해외브랜드 시계의 65%가 예물용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유명시계의 디자인 경향은 최근 두 갈래로 나뉜다. 구찌 등은 금도금 보다는 스테인레스 스틸을 보편적인 재료로 사용해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이 강하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실용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까르띠에나 불가리, 바쉐론 콘스탄틴 등은 다이아몬드 장식을 늘리거나 심지어 시계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하는 등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밴드의 경우 금속과 가죽 재료를 막론하고 폭이 넓어지는 추세. 숫자판 색깔은 과거 흰색 일색에서 최근 회색이나 검정색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에르메스에서는 색상별로 갈아끼울 수 있는 가죽 밴드를 내놓아 옷 색상별로 시계를 바꿔차는 효과를 냈다.

프라다 핸드백을 사기 위해 매달 15만원씩을 내며 1년 전부터 친구 4명과 함께 ‘명품 계(契)’를 했었다는 K대 3학년 P씨(21·여)의 얘기.

“요즘엔 겨울철이라도 반팔 티나 블라우스 위에 외투를 걸치고 다니는 차림이 많다. 실내 생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계를 상대방에게 보일 기회가 늘어난다. 이제 계라도 해서 ‘까르띠에 탱크’를 구입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트렌드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동서식품에서는 커피 제품 안에 행운권을 넣어 당첨자에게 까르띠에나 구찌 시계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또 샤넬은 최근 새로운 시계 ‘라 롱드’를 내놓으면서 제품 발표장에서 행운권 추첨을 통해 고객들에게 시계를 나눠줬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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