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화제]선수협 잘못 건드려 여럿 망신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반대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말은 중요하다. 대인관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

지금 프로야구계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폭탄성 발언’ 때문에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스타트는 한국야구위원회(KBO)박용오총재가 끊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창립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이사회가 끝난 뒤 박총재는 “선수협이 결성되면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 ‘협박성 멘트’에 팬들은 들끓었고 선수협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선수협 강병규대변인은 “총재까지 나서서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면 우리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선수협은 결성됐고 박총재의 말과 달리 프로야구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국민타자’라는 삼성 이승엽의 말도 파장이 컸다. 지난달 24일 주장 김기태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이승엽은 “나보다는 팀이 먼저다. 팀에서 아무도 선수협에 가입하지 않는데 나 혼자 나설 순 없다”고 했다. 이튿날부터 이승엽은 팬들로부터 ‘소신이 없다’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왕따’당했다. 일부 팬은 팀을 우선시하는 그의 입장을 존중하기도 했다.

2월10일 MBC TV ‘정운영의 100분토론’에선 ‘메가톤급 발언’이 나왔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상일KBO사무차장은 “회원을 은밀히 가입시키고, 납치를 일삼으며, 배후에 외부세력이 있고, 대표가 독단에 빠진 집단인 선수협이 바로 노조 아니냐”며 ‘4대의혹론’을 제시, 1300만 노동자들을 화나게 했다.

당시 토론참가자로 앉아있던 김도형변호사의 “방금 실수하신 겁니다”라는 지적대로 이튿날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KBO에 찾아가 농성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KBO는 부랴부랴 각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프로야구단 창단을 결정한 SK는 KBO 이사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14일 “올시즌엔 참가 못한다. 선수협 가입자라도 달라”고 ‘배짱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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