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정치인 法무시 위험수위/툭하면 고소고발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정치인의 ‘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재판도 기피하는 등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검찰이 편파수사를 하면서 법의 정신을 해치고 있다”며 “검찰 스스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따를 수 있다”고 반박한다.

▼정치인 고소고발 사건 및 재판 상황▼

새 정부 들어 제기된 정치인 관련 고소 고발사건은 모두 127건. 이중 41건은 당사자들이 고소를 취하하거나 검찰이 각하 및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내려 종결됐다. 나머지 86건은 정치인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야 양당 관계자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명예훼손 사건이 40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선거법 위반 12건, 무고 5건, 국가정보원법 위반 5건 등이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서울지검에 배당됐으며 서울지검의 형사부 부(副)부장들은 예외없이 3∼5건씩 정치인관련 사건을 맡고 있다.

법원에서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재판이 진행중인 전현직 의원은 모두 18명. 그러나 이들중 14명이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98년 11월∼99년 2월 사이에 기소돼 재판기간이 이미 1년이 지났지만 본인 또는 증인 등의 불출석으로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정치인 비판▼

검찰은 정치인들의 국가 공권력 도전과 법질서 파괴행위가 극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긴급체포를 둘러싼 파문도 정의원 본인이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라고 비판한다. 검찰 간부는 “언론이 검찰의 심야 체포작전과 작전 실패만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것은 단견(短見)”이라며 “정의원이 검찰 소환에 23차례나 불응하는 등 법집행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검 고위간부는 “일부 의원들은 국회일정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 작전을 펴기도 하고 중요 증인에 대해 불출석을 권유하는 등 의도적으로 재판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창원지검은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황낙주(黃珞周)의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그에 대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창원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야당측 반박▼

한나라당은 검찰의 법집행이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맞선다. 예를 들어 정의원의 경우 검찰은 23차례나 소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슷한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여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거의 소환장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원의 23차례 소환거부’는 ‘여당의원의 1, 2차례 소환불응’과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한나라당은 주장한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검찰은 1년 가까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여당 의원에 대해 ‘집요한’ 수사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정의원 등 검찰소환에 거부하는 야당의원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정의원은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는 등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법원의 재판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것은 ‘편파수사’ 논리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수형·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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