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태양계의 신비를 벗긴다/달의 환상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달의 환상’이란 지평선에 걸려 있는 달이 머리 위에 떠 있는 달보다 더 커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달의 실제 크기가 위치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 대학의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로이드 카우프만 박사와 그의 아들이자 IBM의 알마덴 연구센터에서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제임스 카우프만 박사는 최근 인간의 뇌가 텅 빈 밤하늘에서 엄청나게 먼 거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달의 환상’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달의 환상은 고대에서부터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미 레오나르도다빈치 요하네스 케플러 르네 데카르트 등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현대적인 지식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은 망막을 통해 들어온 2차원 이미지가 뇌에서 3차원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많은 환상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달의 환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뇌가 멀리 있는 물체의 외견상의 크기를 가늠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달의 환상이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즉 텅 빈 밤하늘에서 달을 보았을 때, 빛이 망막에 닿는 과정 때문에 뇌는 달이 실제보다 더 작고 더 멀리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론은 지평선이 언제나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평선과 함께 보이는 달이 아주 커 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카우프만 부자는 이 두 가지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노트북컴퓨터, 거울, 두 개의 렌즈를 이용해서 가짜 달 두 개를 띄우고 다섯 명의 사람들을 언덕 꼭대기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마련한 장치를 통해 두 개의 똑같은 달을 보도록 했다. 두 개의 달 중 하나는 제자리에 고정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카우프만 박사는 실험대상자들에게 실험대상자 자신과 고정된 달 사이의 중간 지점에 움직일 수 있는 달을 놓아달라고 요청했다. 고정된 달이 지평선에 걸려 있을 때 사람들은 움직일 수 있는 달을 자신에게서 30m 떨어진 곳에 놓았다. 그러나 고정된 달이 머리 위에 떠 있을 때는 움직이는 달을 자신에게서 겨우 7.6m 떨어진 곳에 놓았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고정된 달을 머리 뒤에 띄워놓고 실험대상자가 단추를 조작해서 움직일 수 있는 달을 자신에게 가까운 곳으로 옮기도록 했다. 실험대상자들은 달이 가까워질수록 크기가 더 작아 보인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카우프만 부자는 자신들의 실험결과가 두번째 이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11100sci-space-mo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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