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로이드보험/"훔쳐갈테면 가라…"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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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다.

베네통 광고처럼 파격적인 색상에 상식을 뛰어넘는 소재를 사용한 광고가 우선 그렇다. 늘씬한 미녀가 모델로 등장하면 제품이 무엇인지는 뒤로 젖혀두고 우선 눈길이 머문다. 그 유명한 폴크스바겐의 ‘비틀’ 광고처럼 여백을 시원하게 활용한 광고도 한번쯤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반면 처음 볼 땐 지나쳐버리는 광고가 있다.

비주얼 측면에서 별 특징이 없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뜻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광고들이 그렇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하∼’하면서 무릎을 치게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인쇄부문 금상을 수상한 영국 로이드보험사 광고가 후자에 속한다.

첫 번 째 광고. “이거 누가 찍었어?”라고 할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광고에 등장하는 승용차는 앞과 뒷 부분이 뭉텅 잘려져 나가고 옆 유리창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딱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라곤 유리창에 붙은 ‘Radio Inside’라는 문구.

차 안에 카오디오가 설치돼 있다는 말을 ‘누구에겐가’ 전달하고 있다. 카오디오 도난 사건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곳이 유럽. 이 광고는 ‘훔쳐갈테면 가라’는 차 주인의 배짱을 표현하고 있다. 로이드보험에 들었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는 뜻.

하프파이프(인라인 스케이트경기장)를 무대로 한 두 번째 광고도 “카메라 초점을 도대체 어디다 둔거야”할 정도로 사진이 거칠다. 하지만 오른쪽 위 구석을 보면 재미있는 인물이 눈에 띈다. 휠체어를 탄 채 공중에 떠서 환호하는 환자의 모습이다.

다리가 부러진 이 환자는 “또 부러지면 어때. 로이드 보험에 들었는데…”라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곱씹어보면 볼수록 보험사 광고가 이처럼 간결하면서 은유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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