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일찍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각국 정부가 담배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흡연피해의 심각성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담배규제가 가장 엄격하다. 빌 클린턴대통령이 96년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하고 담배회사가 물어야할 보상금 증액, 담뱃값 인상, 각종 광고 규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국민건강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주정부들은 지난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담배로 인한 주민들의 질병치료와 보상비용으로 향후 25년간 무려 2060억달러를 받기로 합의했다.
▷필립모리스, R J 레이놀즈 등 미국 담배회사들의 ‘검은 상혼’과 ‘이중성’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자국에서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청소년금연캠페인을 벌이고 막대한 보상비용까지 선뜻 내놓으면서 해외시장 공략은 무차별적이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와 동유럽 중동 등이 주 공략대상이다. 이를 위해 니코틴의 체내흡수도를 높여 중독성을 증폭시킨 슈퍼 니코틴 담배를 개발했는가 하면 태국에서는 초등학생용 노트 뒷면에까지 담배광고를 실었을 정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담배공급업체 BAT(British American Tobacco)가 한국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BAT는 최근 국내 일부 일간지 1면에 “2월1일부터 새로운 ‘켄트 슈퍼라이트’를 종전 1600원에서 1300원으로 내려 판다”고 공고했다. 국내법상 담배광고가 금지돼 있는데도 신상품 출시때 가격공고를 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교묘히 이용, 사실상의 광고를 한 것이다. 우리도 이들 회사를 상대로 담배피해소송 등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지 않을까.
<김용정 논설위원> 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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