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주부들의 '인터넷 열기'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6분


100만명의 주부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교육을 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지난 26일 이후 정보통신부 주무부서는 폭주하는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담당자는 물론 이 업무와 관계없는 직원까지 나섰지만 그것도 모자라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임시 고용해 전화를 받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인터넷’이라는 어느 광고 문구처럼 온 세상이 ‘인터넷’이라는 화두로 떠들썩한 다른 한편에서 주부들이 느껴야 했던 소외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인터넷과 컴퓨터 얘기만 나오면 주눅이 들어야 하는 주부들에게 학원 교습비의 30%만 받고 인터넷 교육을 시켜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얼마나 가슴 벅찬 뉴스였을까.

인터넷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인터넷으로 영화와 TV까지 볼 수 있다는 선전이 쏟아지고 있지만 “엄마는 그것도 몰라?”라는 한마디 말에 면박 당하고 움츠러들어야 했던 우리의 주부들. 지쳐 돌아온 남편을 붙들고 컴퓨터를 가르쳐 달라고 조를 수도 없었던 게 주부들의 현실이었다.

정통부는 인터넷 교육에 대한 주부들의 열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달 15일로 예정됐던 학원 선정 작업을 9일까지 앞당겨 끝마치고 15일에는 주요 일간지와 정통부 홈페이지에 학원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과정과 기간도 보다 다양화해서 더 많은 주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부들의 인터넷 열기를 보면서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모처럼의 ‘좋은 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어렵고 소중한 기회를 잡은 주부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이훈<경제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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