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두 정당이 싸우건, 힘을 모으건 둘만의 문제라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두 당은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갖기로 국민 앞에 약속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양자의 대립 대치가 ‘그들만의 갈등’이 아니라 국정의 혼선으로 이어지고 국민에게도 혼란을 심어주니 문제다. 함께 국정을 책임지면서도 자민련은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거나 “법치 아닌 인치(人治)가 판을 친다”고 비판한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점잖은 표현인 듯 보이나 실제는 특정지역에서의 총선 표를 모으기 위한 비열한 전략을 자민련이 쓰고 있다는 가시 돋친 말이다.
양당 관계가 이렇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총선시민연대가 자민련의 오너인 김종필명예총재(JP)까지 포함한 낙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김대중대통령은 그런 움직임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총선연대가 옳으니 그르니, 자민련이 주장하는 ‘음모론’이 맞느니 틀리느니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공동여당의 두 책임자가 이런 갈등국면을 맞아 당이나 ‘얼굴 없는 관계자’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하거나 어르기만 할 뿐 왜 직접 대화할 생각을 않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JP는 양자회동을 거부할 게 아니라 직접 대면해 대통령의 진심을 캐물어야 한다. 자신들의 말마따나 ‘깊이 신뢰하며’ 국정 2년을 함께해 왔다면 시민단체의 퇴출명단에 발끈해 “음모다” 소리지르며 ‘공조 파기’ 무기만 들이댈 일이 아니다. 그런 행동이 자민련의 총선득표전략과 연계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지역감정을 깨야한다며 DJP공조에 합의했던 사람이 취할 도리는 아니다.
김대통령도 양당관계에 대해 분명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공동정권의 파트너가 자신에게 헌정질서를 파괴한다고 공격하는데 그래도 파트너가 되는 건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정권을 꾸려갈 것인지 분명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시민단체의 말은 옳고, JP가 명단에 낀 것은 안타깝고’ 식의 자세로는 국정의 공동운영이 어렵고 혼선만 준다. 이제라도 두 사람이 만나 완전히 갈라서는 건지, 아니면 공조를 계속하는 건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