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박주현/'선거법 개악' 미리 비판했어야

  •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12분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독자들은 제목과 소제목만으로 내용을 판단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편집이 중요하다. 기사라는 상품을 포장하여 진열장에 디스플레이하는 편집 여하에 따라 기사 자체가 결정되기도 한다.

좋은 편집은 좋은 기사를 눈에 뜨이도록 하는 것이다. 진지한 기사일수록 제목이나 그래픽 등으로 유연하게 편집하여 시선을 끌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8일자 사회면의 지자체 빚 총 17조, 갚을 길 막막 은 중요하고 절박한 기사였는데 지자체별로 채무액과 1인당 부담액을 그래픽으로 그려넣었더라면 더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한편으론 오피니언 면은 소비자인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열어둔 마당으로서 편집기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신문은 따로이 사설과 사내필자들이 쓰는 칼럼 등을 갖고 있고 오피니언란의 필자를 선택한다. 따라서 그 이상으로 신문의 의도를 가지고 개입하여서는 안된다. 필자도 투명한 세무행정을 위해 계좌추적을 활성화해야 한다 라는 내용의 시론에 거꾸로 계좌추적 남용 말아야 라는 제목이 붙여지고, 옷로비사건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 태도를 지적하는 옴부즈맨 칼럼 내용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하는 이야기다. 물론 다른 유력신문이 아직까지도 옴부즈맨칼럼을 두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동아일보가 일찌감치 옴부즈맨칼럼란을 만들어 자성의 기회로 삼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지난주의 쟁점은 역시 선거법이었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선거법 개악에 대한 비판기사를 실었으나 협상과정에서 미리 그러한 비판을 했어야 했고 정작 선거법 내용이 어떠해야 한다는 대안제시가 부실해 다분히 선정적이고 막연한 비판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17일자 이게 개혁인가 는 선거법 협상내용을 조목조목 짚어서 잘 비판하였고, 각 당에 대해 각각의 잘못된 점을 구별하여 지적한 점이 좋았으며 편집도 좋았다. 그런데 18일자 선거법 재협상 추진 기사의 도표는 선거법 협상내용에 대하여 누구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의원정수 와 선거구 획정 선거사범 공소시효 시민단체 선거운동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였으나 1인 2표제 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만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정당난립이 우려된다 는 문제점을 지적하여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지역구 5석과 5%의 봉쇄조항 에 대해 신생정당 진출을 막는 것 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과도 서로 모순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역이권 챙기기가 아닌 나라일을 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구의원수를 대폭 줄이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고 주장해 왔음에도 거꾸로 지역구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수를 줄인 협상에 대해서는 지적조차 하지 않는 등 비판의 내용이 미흡하였다.

박주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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