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터뷰]임권택/'춘향뎐' 왜 만들었나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8분


‘춘향뎐’은 한국영화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97번째 영화. ‘노는 계집-창’ 이후 3년만의 작품이다.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등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해온 그도 새작품에 대한 반응이 궁금한 모양이다. 18일 오후 첫 시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어땠어요”라며 오히려 첫 질문을 뺏았다.

-너무 익숙한 ‘춘향뎐’을 선택한 이유는?

“93년 ‘서편제’를 만들면서도 사실상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를 CD를 통해 들으면서 뻔히 아는 이야기지만 소름끼치는 감동을 느꼈다. 춘향전이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판소리 자체의 매력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늙어서 젊은 사람의 취향에 맞는 작품도 어렵고…. 그런 참에 계속 아래서 춘향전이 치밀고 올라오더라.”

-어떤 점이 어려웠나?

“무엇보다 소리와 영상의 리듬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작업을 하면서 2개월간 찍은 필름을 몽땅 버리면서 ‘과연 이게 가능한 작업인가’ 하는 의문도 가졌다. 소리가 영상에 종속되면 노래방 화면이 될 수도 있었다.”

-21세기에 춘향전을 어떻게 해석했나?

“정신과 육체 모두 깊숙하게 몰입된 사랑과 그 사랑의 힘을 그리고 싶었다. 그냥 열녀형의 춘향이만 나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보겠나.”

-두 주인공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춘향이와 몽룡이가 쑥맥처럼 사랑을 너무 몰라 힘들었다.(웃음) 70, 80명이나 되는 스태프가 두 사람의 연기를 기다리느나 밥도 못먹고 고생했다. 연기 경험은 없지만 새로운 느낌의 춘향과 몽룡으로 열심히 해 준 것 같다.”

-지난해말 동아일보의 국민의식 조사에서 ‘지난 1000년의 대표적 로맨스’로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꼽혔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쉬운 점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했다. ‘서편제’의 후광으로 고증이나 의상, 장소협찬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지원을 받았다. ‘한국적 리듬’을 가진 ‘한국적 영화’를 만든 것에 만족한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