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이버주식거래 열기…이창호株 20만4000원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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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주’→20만4000원, ‘유창혁주’→10만8000원….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요즘 사이버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바둑 스타들의 주가다.

바둑계 안팎에서 ‘사이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수전 등 주요 기전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은 초보적인 단계다. 지난해 10월 인터넷상에 개장된 사이버주식시장 스포스닥(www.sposdaq.com)은 12,13일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9단과 일본에서 활동 중인 조치훈 9단 등 바둑스타 5명을 ‘상장’해 주식을 공모했다. 응모자 1인당 50주씩 2만주를 공모한 결과 ‘이창호주’가 2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유창혁(12만3000원) 조훈현(12만원) 서봉수 조치훈(이상 10만원)의 순이었다.

이창호주는 사이버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 9단이 삼성화재배 등 국제 기전 3관왕과 국내 기전 5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바둑계의 황제로 군림하는 활약상이 공모주 신청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또 이창호주에는 네티즌 6200여명이 몰려 스포스닥 개장 이후 신청자가 가장 많았다. 스포스닥의 전수대표는 “바둑이 대표적인 두뇌 스포츠라는 점에 착안해 바둑 스타들을 사이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면서 “이번 공모과정을 통해 바둑이 일반 스포츠 종목 못지 않은 인기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포스닥측은 1월말경 다른 ‘프로기사 주’도 단계적으로 상장할 계획이다.

일단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이버 머니’ 1000만원을 받고 매월 3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경우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실제 ‘돈’을 받는다. 가입비는 무료이며 이익금 배당은 광고 수입 등으로 지급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상에 개설되기 시작한 ‘사이버 기원’의 활성화도 ‘도(道)’라고까지 불리던 바둑문화를 바꾸고 있다.

‘바둑세상(baduk.donga.com)’의 일일 동시 접속자수가 3000여명에 이르고 ‘넷바둑(www.netbaduk.com)’ ‘조치훈바둑클럽(www.badukclub.com) 등 인터넷 관련 사이버기원의 이용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기원(www.baduk.or.kr)이 운영하는 사이버 기원은 성적에 따라 공인 바둑단급까지 부여하고 있다.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교수(프로 9단)는 “사이버기원의 활성화와 바둑 스타의 사이버 주식시장 등장은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담배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한수 한수 바둑 돌을 놓는 기원의 모습은 옛 풍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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