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씨름행정은 4월총선과 씨름중?

  • 입력 2000년 1월 12일 19시 02분


요즘 한국씨름연맹의 행보를 보면 마음에 걸리는 일이 많다.

씨름연맹은 11일 동부종합건설과 창단 조인식을 가졌다. 그런데 “향후 50억원을 씨름에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전격적으로 창단 발표를 한 ‘제5씨름단’에는 감독도, 선수도, 숙소도, 훈련장도 없었다.

“감독을 물색 중이며 감독이 정해진 뒤 신인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것이 창단 회사측의 설명.

연맹은 왜 준비도 안 된 팀과의 창단 조인식을 서둘렀을까. 팀 창단이 선착순이 아닌 바에야 일단 ‘모양새’를 갖추고 난 후에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신년 벽두 연맹이 이룬 ‘업적’으로 인정될지는 몰라도 영 석연치가 않다.

지난 주 발표한 올해 설날장사대회의 개최 장소도 마음에 걸린다.

매년 처음 열리는 설날장사대회는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 관례. 설날대회는 83년 민속 씨름이 출범한 이후 단 한 번도 지방에서 개최된 적이 없는 대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개최지가 대구로 정해졌다. 연맹은 지난해 말 설날 대회에 맞춰 서울 장충체육관에 구두로 대관 신청까지 해놓았었다. 개최지 변경에 대해 연맹측은 “대구시 협회가 유치 신청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씨름연맹 엄삼탁 총재가 4월 총선에 대구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없었던 설날 대회의 지방 유치 신청이 하필이면 올해 대구에서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는 대목.

순수한 스포츠 현장이 돼야할 씨름판이 ‘특정인의 특정 목적’에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바삐 돌아가는’ 연맹 행정이나 사상 처음 지방에서 개최되는 설날 대회의 ‘때와 장소’가 마음에 걸린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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