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부산대우 이름만 남은 '名家' 깊은 한숨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11일 저녁 경남 남해의 한 횟집. 프로축구 부산 대우 선수들은 오랜만에 ‘목의 때’를 벗겨냈다.

‘부자가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했던가. 그러나 이 말도 부산팀엔 맞지 않는 것 같다. 최근 2년연속 홈경기 최대관중 동원에 최초로 정규리그를 4번 제패한 ‘명가’라 부산 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하다.

경남 밀양과 거제도 동계훈련 동안의 여관생활,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밥 한공기에 찌개….

모기업 대우가 ‘세계경영’을 외칠 때 호텔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던 때가 그립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남루한’ 생활은 차라리 낫다. 선수들끼리 말도 나누지 않고 어색한 분위기만 흐르는 게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다.

“구단에서는 그냥 괜찮다고만 할 뿐 우리의 미래에 관해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빨리 구단이 팔렸으면 좋겠다” 는 한 선수는 “연간 7억원의 운영비를 아끼려고 아마팀을 해체한 주택은행이 그보다 10배는 더 드는 프로팀을 제대로 운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팀의 간판인 안정환과 마니치 라임 조란 등 외국인 선수도 내색은 않지만 흔들리고 있음은 역력하다.

김태수감독은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선수단을 통솔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하루 빨리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급한 문제는 연봉협상. 선수들은 새 주인과 테이블에 앉아야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산구단 관계자와 만남을 피하고 있고 구단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

또 주인이 바뀌면 혹시나 고참 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선수단의 분위기를 무겁게하고 있다.

안종복단장은 “여러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건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묵묵히 훈련에 열심히 임해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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