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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0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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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한 장의사’는 보편적인 우리 정서를 감안하면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행복과 죽음의 모순 속에서 시작된다. 제목만 그런 게 아니다. 전반적인 흐름은 코미디이지만 죽음과 삶, 웃음과 눈물 등 대립항이 수시로 교차한다.
▼죽음-삶-웃음-눈물의 대립▼
전라도 어느 작은 읍내의 한 장의사. 이 장의사는 10년간 누구도 죽지 않아 파리만 날리고 있다. 장판돌노인(오현경 분) 은 장의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이곳을 지켜온 인물. 하지만 그의 손자 재현(임창정)은 가업을 잇기 싫다며 도시에서 오락실을 열 꿈을 꾼다. 목을 매는 순간 눈에 띈 장의사 간판을 보고 장의업에 뛰어든 철구(김창완)와 다방 여종업원에게 푹빠진 대식(정은표)은 할 일 없는 장의사에서 밥만 축내고 있다.
▼소박-깔끔한 화면 돋보여▼
장의사라는 직업은 극 중에서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설정이다. 이들은 바로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 있다. 그래서 장노인은 “장의사는 가장 복받은 직업이야. 행복한 죽음이든, 불행한 죽음이든 나는 그들을 천국으로 모신다”며 소명을 강조한다. 장의사의 ‘문하생’들은 장노인의 입을 통해, 또 소화(최강희)와 어린 연이(송은혜)의 죽음을 통해 세상을 배워 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미덕은 재미에 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의 조감독 출신인 장문일 감독은 그 단어만으로도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죽음을 가벼운 웃음으로 담아냈다. 대식과 철구의 ‘라면 개그’와 험악한 모습으로 죽은 과부를 둘러싼 꿈 등으로 쉴새없이 웃기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출연자의 웃음이 자주 노출될 정도다.
▼억지스런 헤피엔딩이 흠▼
이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하게 처리된 화면과 재미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편하게 웃기만 하면 된다”는 감독의 변과 달리 죽음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일까? 난데없는 소화의 죽음이나 가족과 재상봉하는 철구의 해피엔딩은 억지스럽다. 이 영화의 등급은 18세 이상 관람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과부가 자살한 장면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송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더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영화들의 등급이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1월8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