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조정옥/익살스런 만화로 맛나게 엮은 음악史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 신동헌지음/ 서울미디어 펴냄 ▼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를 때가 있다. 감정이 깊고 오묘할수록 우리의 혀는 더욱 더 굳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가는 돌을 다듬으며 음악가는 음을 반죽하여 작곡을 하는 것이다. 예술은 바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 세계의 표현이다. 문학까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언어적 표현이다.

고전음악의 원리와 역사에 대한 지적 욕구를 가진 대중을 위한 책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음악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가?

어떤 철학자의 철학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의 생애나 재미있는 일화 같은 것을 듣게 되면 그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고 그의 사상에도 조금씩 눈을 돌리게 된다.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사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사건들 그리고 음악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를 읽게 되면 음악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게되고 음악에 관한 필수적인 상식들도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신동헌의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는 정치 종교 건축 회화 등 인류역사상 굵직한 사건과 음악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고중세 바로크 로코코 고전 낭만 근·현대음악의 원리를 아주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베토벤이 초등학교 중퇴라는 얘기,그가 라이벌과의 피아노 경주대회에서 상대가 친 음악을 뒤집어서 역순으로 쳤다는 얘기, 면도날로 바이올린 줄을 모두 자르고 줄 한개로 멋진 연주를 한 파가니니,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스메타나 슈만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볼프같은 작곡가들, 어항에 오선을 그리고 금붕어가 헤엄치는 대로 연주하는 현대의 희한한 우연성 음악,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4분33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퇴장하는 존 케이지의 ‘4분33초’라는 작품(그렇다면 버스나 전철 내에서의 각종 핸드폰 울림의 협주곡이 한편의 현대음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화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가들을 풍자한 익살스러운 만화를 맛있는 반찬으로 곁들이고 있다. 이 책은 아주 ‘맛있게’ 읽힌다.

조정옥 (철학박사·성균관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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