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역앞의 민중대회 당시 경찰이 무(無)최루탄 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의견이 경찰 내부와 여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경찰이 앞으로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선 최루탄을 사용해서라도 강력 대응, 공권력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 ‘유석유탄(有石有彈)’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경찰이 1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무(無)최루탄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80년대말 경찰과 대학생들 간에 한동안 ‘무석무탄(無石無彈)이냐 무탄무석(無彈無石)이냐’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양쪽 모두 자신의 입장만 강요, 화염병과 최루탄의 공방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피해는 시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2만여명이 참가한 서울역앞 시위만 해도 일각의 의견처럼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더라면 시위가 더 격해지면서 우리사회는 다시 ‘최루탄과 화염병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이 불법시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과 최루탄을 사용하는 문제는 별개다. 사형과 같은 극형제도를 유지한다고 범죄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최루탄을 사용한다고 불법 시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루탄 생산회사가 매출액 1위를 기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80년대만 떠올려 봐도 최루탄과 불법시위 사이에는 오히려 정비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도 경찰 내부에 ‘최루탄’에 집착하는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일까.
<이현두 사회부 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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