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 강경대립 걱정된다

  • 입력 1999년 12월 6일 19시 44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한때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전경련 회장실 점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국회앞 농성, 총파업 계획 등 강경투쟁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 삭제, 노동시간 단축 등 노사현안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측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전면적인 투쟁을 본격화한다고 천명하긴 했으나 한국노총 산하 27개 산별노조 대표와 조합원 100여명이 비록 일시적이지만 사용자측인 전경련 회장실을 강제점거, 농성한 것은 이성적인 투쟁방법이랄 수 없다. 더구나 회장실 진입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진 것은 유감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전경련 회장실 강제점거는 지난 3일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에서 비롯됐다. 전경련이 재계입장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총선 때 정치인들의 성향을 파악, 이들의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히자 노동계가 이를 ‘정경유착 로비’의 공개선언이라고 규정하고 곧바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재계의 정치활동선언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있고 각종 이익집단들의 정치참여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가 합법적인 정치활동을 선언한 것은 잘못일 수 없다고 본다. 더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노사정 합의로 법제화한 것이다. 노동계가 이의 개정을 주장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겠으나 방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현재의 노사관계 현안은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섣불리 개입한 것이 잘못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본격 시행까지 2년이나 남았다. 그런데도 일부정치인들이 노동계를 의식, 서둘러 법개정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 노사관계 안정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결과를 빚었다. 여기에는 정부의 무소신도 한몫을 했다.

노사문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끼리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대표와 함께 공익대표들이 참여해 있어 어떤 조정기구보다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공익위원들이 주축이 되어 대안을 모색하고 노사타협과 절충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사 모두 ‘자기이익 챙기기’에서 한발짝씩 물러나야 한다. 경제가 이제 막 회복세로 돌아선 마당에서 노사갈등의 증폭은 경제회생의 기틀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노사 어느쪽에도 도움이 안된다. 민노총도 노사정위 복귀를 더이상 외면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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