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노사문화 정착 계기로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07분


민주노총이 설립 4년만에 합법화됐다. 민주노총 합법화는 지금까지 법외단체였던 민노총을 제도권 안의 책임있는 단체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노총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노동운동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권고사항이 해결돼 노동문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민노총 입장에서도 위상과 입지가 강화되고 더욱 폭넓은 활동공간을 확보했다. 우선 노동문제와 관련해 공식 대화상대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노동쟁의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가능해졌다. 노동위원회의 근로자위원 추천과 산재 및 고용보험심의위와 최저임금심의위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물론 정부의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민노총도 이번 합법화를 계기로 노동운동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민노총 스스로가 밝혔듯이 “산하 60만 조합원의 권익뿐만 아니라 1200만 노동자의 책임있는 대변자가 되겠다”면 이제는 힘의 투쟁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세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노총은 70∼80년대 노동운동과정에서 제도권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법 개정까지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걸핏하면 과격투쟁으로 치달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조직력마저 크게 약화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물론 민주노조운동을 무작정 탄압 통제하려 들었던 역대정권의 노동정책에도 문제가 있었고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강한 노조가 필요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노사현실과 상황은 달라졌다. 노사가 공동체가 되어 미래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전지구적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 했다.

민노총이 책임있는 사회세력이 되고 진정으로 노사관계 발전을 원한다면 노사정위 복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복수노조 허용,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같은 현안도 노사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만큼 노사정위 3자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와의 일방적인 협상으로 이같은 난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행정의 민주화와 대정부 교섭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사정위 참여는 필수적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민노총은 신뢰와 존중, 참여와 협력,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노사문화 창출의 주역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양대노총이 선명성을 의식, 자칫 강경투쟁으로 돌아서면 노사정 3자에겐 참담한 패배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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