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 리뷰]소피쿠터의 四季/ “샴페인 터뜨리는 느낌”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8시 37분


비발디는 바흐와 동시대인이다. 악보에 속도지시나 강약기호가 없다. 그러나 유리처럼 투명한 무채색의 바흐와 달리 비발디의 ‘사계’는 서정(敍情)과 서경(敍景)으로 가득찬 표제음악이다.

결과는? 해석에 천차만별의 스펙트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빌로드를 쓰다듬듯 유려하고 전아한 표정의 ‘이 무지치’음반이 있는가 하면, 괴퍅하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로 넘치는 케네디의 음반, 옛 악기로 유머넘친 표정을 선보이는 ‘마르카의 유쾌한 음악가들’음반도 있다.

새 음반에는 문자 그대로 베스트 셀링 바이올리니스트의 베스트 셀링 명곡이 담겨 있다. 안네 소피 무터가 노르웨이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협연했다. 무터는 21세 때인 84년에도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과 협연으로 ‘사계’ 음반을 내판매수위에올려놓았다.

옛 음반의 인상을 토대로 새 음반의 성격을 예상해서는 안된다. 앞의 연주가 카라얀의 ‘엄정함, 또는 권위’에 기대고 있다면, 새 연주는 젊은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의 생동감과 활력에 기대고 있다. 음반 해설지에 실린 음악칼럼니스트하랄드비제르의 청취소감을 참고해 볼 만 하다.

“카라얀과 빈 필의 녹음은 아름답지만 무겁습니다. 진한 고급 레드와인 같아요. 사계절을 찬미하는 장엄미사라 할까요. 하지만 이번 음반은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뻥 하고 빠지는 느낌입니다.”

공통점은? 무터의 활쓰기에서 느껴지는 폭넓은 호흡과 촉촉한 윤기다. 그러나 ‘물기’를 무작정 강조하지는 않는다. ‘가을’의 두 빠른 악장에서는 의외의 강한 ‘긋기’로 선율의 윤곽을 뚜렷이 한다. ‘겨울’의 느린 악장은 비브라토를 진하게 섞어 비음같은 느낌을 준다. ‘감정과다’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유머’가 아닐까. ★★★★☆(별5개 만점. ☆〓★의 절반)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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