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日교사들의 '세상 공부'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47분


“선생님들, 백화점이나 호텔에 가서 세상물정 좀 배우세요.”

일본 문부상 자문기관인 ‘교육직원 양성 심의회’가 20일 재미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공립 초중고교 교사들은 여름 방학 때 1주일∼1달가량 민간기업에서 ‘사회체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심의회가 교직원들에게 ‘사회체험’을 권고한 데는 까닭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교사들이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 교단조직이 폐쇄적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교사들이 이래서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많다.

교사들도 ‘세상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교직도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심의회는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늘 명령조로 말하는 등 교사들에게는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각계 각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백화점 호텔 은행 등이 교사들에게 가장 좋은 연수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문부성은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도록 각 도도부현(都道府縣)에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1주일이나 한달이 아니라 아예 한학기나 1년간 ‘사회체험’을 하기를 문부성은 바라고 있다.

교사가 연수하는 동안은 임시교사를 채용해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임시교사 급여는 국가가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돈이 들더라도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도부현의 각 교육위원회도 교사를 신규채용할 때나 근속 10년, 20년 때 실시하는 정기연수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생각이다.

내년부터 일본에서는 백화점이나 호텔 앞에서 고개를 공손히 숙여 인사연습을 하는 ‘선생님 연수생’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심규선<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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