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클린턴의 '예산전투' 승리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8시 50분


미국 연방 예산안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줄다리기가 막판에 이르렀다. 미국 언론은 이번 ‘예산전투(Budget Battle)’의 최대 승자로 빌 클린턴 대통령을 꼽았다. 이로써 클린턴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95년 이후의 예산전투에서 한번도 지지 않는 중요한 기록을 세웠다.

클린턴대통령의 올해 승리는 특히 값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자신을 탄핵한 하원과 올해 2월 탄핵재판을 연 상원을 상대로 거둔 승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클린턴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1년 남겨둔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산투쟁에서 이겼다.

7년 동안 교사 10만명을 신규채용하는 데 쓰이는 교육예산 13억달러, 노동부와 보건부 등의 추가예산 14억달러, 해외원조예산 8억달러 등 클린턴이 가장 중시한 정책의 관련 예산이 대부분 확보됐다.

공화당은 세출삭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예산심의 결과는 공화당이 설정한 세출 마지노선에서 300억달러나 초과될 전망이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대 반전(反轉)이다.

원인은 주로 공화당에 있다. 여론의 지지가 떨어져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데다 강온파로 갈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것이 바로 클린턴대통령의 노련한 정치력이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앨 고어 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당내 단합을 유지했다. 자신을 탄핵한 공화당의원들을 미워했지만 협상상대로 인정하고 껴안았다. 그것이 예산투쟁 승리를 낳았다.

탄핵재판에서 살아난 클린턴이 이번에는 레임덕 대통령으로서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