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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2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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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르타뉴주의 주도인 렌에 살면서 노동부 산하 고용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그가 여느 프랑스인과 다른 것은 아담한 키와 동양계라는 점 뿐이다.
올해 28세인 이방은 요즘 나름대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멀고 먼 나라로만 인식되는 한국을 알리고 한국어를 보급하는 일에 나선 것이다.
5세때 한국으로부터 입양된 그는 얼마전 프랑스 최초로 한국어 교습 웹사이트 ‘나라말씀’(http://perso.wanadoo.fr/naramalssam)을 열었다. 홈페이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태극 문양이 인상적인 ‘나라말씀’은 프랑스인이 한글의 자음 모음체계는 물론 발음 글순 의미 등을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사이버 공부방이다.
“방문객은 아직 하루 7∼1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5개월 가량 됐는데 지금까지 약 1200명 정도가 이 웹사이트를 방문했고요.”
방문객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인이나 한국을 방문하게될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을 ‘자신을 버린 나라’로 인식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그가 한국어 교습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한국어 전도사’로 나선 것은 한국인 유학생과의 만남이 큰 계기가 됐다.
렌대학 언어학 박사과정에 있는 유학생 임상훈씨(34)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한국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하지만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드는 일이었다. 우선 키보드에 한글 자판이 없기 때문에 한글의 글꼴을 입력시킨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신의 전공인 전자공학과 이미지 프로세싱이 큰 역할을 했다. 렌대학에서 컴퓨터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박사과정을 한 베를로슈는 한글 모양을 이미지로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한 회의는 늘 그를 괴롭혔다. 그럴때마다 이제는 결혼할 사이인 유학생 김영미씨(28)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김씨는 “이방이 이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입양아라는 자괴감을 하나씩 떨쳐 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이방의 기억은 전혀 없다. 이름이 ‘김재출’이라는 것 밖에는. 훌륭한 양부모와 형 누나 밑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프랑스에서 이방은 역시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다. 올 여름 처음 한국을 찾아 한달여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던 이방은 “친부모를 찾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고향에 온듯 한국의 모든 것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렌〓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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