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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2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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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일본에서 새로 나온 교과서들은 모두 ‘종군위안부’를 다루었다. 비록 일본정부가 종군위안부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 사회는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한국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이번에 무참히 깨졌다. ‘종군’이나 ‘강제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위안부는 있었지만 일본군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강제로 동원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교과서는 보통 책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사회의 기본이 되는 지식과 판단기준을 담는 것이 교과서다. 누군가의 글이 교과서에 실리면 그것이 큰 자랑거리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교과서에 ‘종군’이나 ‘강제적’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불과 4년 만에 빼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아무래도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바탕에 깔린 듯하다.
‘학습상의 지장 때문’이라는 애매한 설명이 그런 배경을 짐작케 한다.
최근 일본의 한 TV는 원자폭탄을 맞은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의 비극을 다룬 연극을 장시간 방영했다. 피폭자의 처참한 상처 사진도 가끔 곁들여졌다.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피해만 강조하고 가해 사실에는 애써 눈을 감으려 한다면 일본이 지향하는 부국유덕(富國有德)의 길은 요원한 것이다. 사람에게 인덕(人德)과 인격이 요구되는 것처럼 국가에도 국덕(國德)과 국격(國格)이 필요하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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