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제/경찰의 '내식구 감싸기'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4일 오전10시 인천 중구 항동 인천경찰청 4층 강당.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와 관련, 경찰관 등의 유흥업소 비호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브리핑이 시작됐다. 3일 라이브 호프집의 실소유주 정성갑(鄭成甲·34)씨가 충남 보령에서 경찰에 자수, 인천으로 압송돼 밤샘조사를 받은데다 정씨의 상납내용이 적힌 비밀장부가 공개된 터여서 경찰의 브리핑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경찰의 설명은 ‘언론이 지나치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경찰이 라이브 호프집을 비호하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얘기가 종업원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나 추측에 불과한 것이 많습니다.”

“뇌물수수는 돈을 주고 받은 사람이나 목격자 등의 진술이 나와야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으니….”

마치 정씨의 ‘입장’을 다시한번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씨는 4일 0시경 인천경찰청에 도착한 뒤 “공무원들에게 상납한 적이 없다. 인천중부서 이성환 경위도 나 때문에 억울하게 구속됐다”고 말했었다.

경찰은 구청이나 소방서측으로 부터도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일 브리핑때 “현재 조사대상 공무원은 인천중구청 직원 3명, 소방서 직원 2명, 경찰관 10여명”이라고 설명하면서 구청과 소방서 직원은 이름과 직책을 공개했으나 경찰관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던 것.

이번 수사와 관련, 경찰이 2일과 3일 뒤늦게 정씨의 집과 9개 업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대해서도 “물증을 없앨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이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경찰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차례다.

박희제〈지방자치부〉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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