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개인투자자 막판 대우株 샀다 '반토막'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6110원에 매수해 지난 4개월여 다른 소액주주들처럼 마음고생하다가 있는 돈을 다 긁어모아 1595원에 ‘몰빵’(투자금 전액을 베팅한다는 의미)을 했다. 나의 투자분석으로 대우전자를 사게 된 친구들은 이미 3만주를 넘어서 이제는 더 이상 물탈 여력도 없다고 한다”

한 개인투자자가 증권투자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1일 띄운 글이다.

▼7월19일후 57% 급락▼

대우그룹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된 7월19일 이후 지난달말까지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 주가는 평균 56.74%가 급락했다. 당시 주식을 샀던 투자자가 계속 보유했다면 투자금이 ‘반토막’이 된 셈.

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7월19일 이후 순매수한 대우그룹계열주는 모두 1457억원 어치. 이 금액은 지난달 말 현재 631억원 밖에 안남았다. 주가폭락으로 826억원을 손해본 것.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대우그룹주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아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관과 외국인은 대우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적극적인 손절매에 나서 같은 기간동안 각각 685억원과 44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손절매를 통해 각각 272억원과 158억원 어치의 손실을 피해갈 수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은 뭘 믿고 대우그룹주를 산 걸까.

▼대부분 '물타기'로 낭패▼

“7월19일까지 대우그룹주를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가 대우그룹구조조정 방안을 보고 나서 대우그룹주를 매수한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저처럼 상반기부터 보유하고 있던 대우그룹주의 주가가 급락하자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물타기’를 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일겁니다”(개인투자자 P씨·회사원)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하던 상반기에 대우그룹 계열 종목의 주가는 대부분 액면가 부근에서 답답할 정도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상반기만해도 개인투자자들중에 대우그룹이 사실상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던 투자자는 많지 않았고 당시 증권가에서는 ‘상승장의 끝물에 대우중공업같은 ‘무거운’ 종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돌기도했다.

▼싼맛에 차익노리고 사▼

개인투자자들은 당장 싸 보이는 대우그룹주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렸던 것.

반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은 연초부터 대우그룹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매도시점만 노리고 있었다. 일부 외국계증권사가 7월말경 보고서를 통해 ‘대우그룹을 실사해보면 손실률이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이들은 대우그룹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기관-외국인과 정반대▼

결과적으로 개인과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의 순매매규모 추이(그래프참조)를 놀라울 정도의 대칭적인 곡선으로 만들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개인투자자들은 대우그룹 주가 하락기에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지속적인 매수를 통해 이른바 물타기에 나섰고 그에 따라 손실규모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1일에 이어 2일에도 대우그룹주는 10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초강세를 유지해갔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곡선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번에는 외국인과 기관도 소폭 순매수에 나서는 눈치지만 계속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