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양보받을 자격있는 여자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브루클린의 킹스버로 커뮤니티 대학의 여자 영어 선생인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맨해튼으로 야외학습을 나갔다. 배터리 공원의 좁은 길을 가는데 앞에서 30대 남녀가 팔을 끼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와 50대인 내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딱 멈추고 말았다. 서로 버티고 서서 상대가 길을 양보할 때를 기다리게 된 것이다.

잠시 후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신문을 펴 읽기 시작했다. 나도 가방에서 소설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주위 사람들이 몇 번 중재하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하기를 20여분. 마침내 그 남자는 신문을 접더니 말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대학선생이오. 이 학생들은 내 제자들이고….” “그렇다면 학생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그가 말했다. “무엇으로 보나 당신이 양보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내가 응수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좋소. 학교에 계시다니 내가 양보하겠소”라고 말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에 있어서요”라고 되받자 그는 “나는 양보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에게만 양보를 합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비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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