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여자농구판 어쩌자는 건가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2분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박정숙(36). 성실한 가드로 소문난 그는 11년 동안 실업무대에서 활약하며 전설과도 같은 국민은행의 28연승을 이끌었다.

93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결혼도 뒤로 미룬 채 모교 삼천포여종고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가 있던 27일 동료 고교코치들과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말했다. “농구계를 떠나고 싶다”고.

이날 오전 벌어진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주관한 신인드래프트는 한마디로 ‘황당’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지명 1,2위를 달리던 선수가 2순위 맨꼴찌로 간신히 프로팀에 입단한 것. 그뿐인가. 생각지도 않은 선수가 상위순위로 지명되기도 했다. 농구관계자들이 모두 경악할 정도. 상위순위로 지명된 ‘뜻밖의 선수’를 키운 고교코치마저 어이없어했다.

78명의 고졸예정자 중 12명만이 프로팀에 지명돼 이날 드래프트는 ‘축제’가 아닌 ‘초상집’.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낸 대전여상 포워드 성하란이 탈락하자 고교지도자들은 분노를 넘어 할말을 잊었다.

박정숙코치도 그중 한 사람. 5월 연맹회장기 우승을 비롯해 최고 성적을 낸 삼천포여종고. 프로팀들은 그에게 선수를 데려가겠다고 언약을 하며 다른 팀이 뽑아가지 못하도록 부상했다고 헛소문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4명 중 단 한명만 2순위로 뽑혔다.

박코치는 “이제 어떻게 제자들에게 열심히 운동하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자기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취업되는 이런 풍토에서…”라며 어이없어했다.

이제 모두 주부가 된 정은순 유영주 전주원을 9,10년이 넘도록 국가대표로 묶어둔 여자농구.

학연 지연 금전 어느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떤 이유’ 때문에 재능있는 선수가 수혈되지 않는 여자농구. 앞이 캄캄하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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