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丹楓(단풍)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9시 07분


丹자는 丹砂(단사)를 정제하는 모습에서 나왔다.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丹은 키(箕)처럼 생긴 도구에 알갱이(·丹砂)가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丹砂는 색깔이 무척 붉어 染料(염료)로도 사용되곤 했다. 그래서 丹은 ‘붉다’는 뜻도 가지게 되어 丹脣皓齒(단순호치·붉은 입술에 흰 이로 미녀를 상징) 丹靑(단청) 一片丹心(일편단심)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楓은 木과 風의 결합으로 ‘바람 나무’다. 잎은 크나 줄기가 약해 쉬이 바람에 떨어지며 소리 또한 요란하다. 그러나 이 나무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가을이 되어 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잎의 색깔을 바꾼다는 점이다. 대부분 붉은 색으로 변했으므로 丹楓이라고 했던 것이다. 일명 紅楓(홍풍) 霜楓(상풍)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丹楓은 대체로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는데 설악산 내장산 지리산 등 몇몇 산은 유명하다. 또 이제는 갈 수 있게 된 金剛山(금강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시따라 모습을 바꾸며 특히 가을이 되면 온 산이 붉게 물든다고 하여 楓嶽山이라고 했다. 오죽 丹楓이 아름다웠으면 그렇게 불렀을까. 이래저래 丹楓은 가을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가을을 征雁紅葉(정안홍엽·기러기 날고 丹楓이 곱게 물듦)의 계절이라고도 불렀다.

이렇게 좋은 시절을 우리 조상들이 놓칠 리 없다. 예로부터 음력 9월 9일 重陽節(중양절·重九節)이 되면 국화로 花煎(화전)을 만들고 계곡과 명승지를 찾아 丹楓놀이를 하는 습속이 있었다.

지금 전국의 산이 불붙고 있다. 千紫萬紅(천자만홍)의 잎새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丹楓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워 매년 이맘 때만 되면 그야말로 錦繡(금수)의 바다를 이룬다. 丹楓의 계절이 온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명산에는 賞楓客(상풍객)으로 붐비고 있다. 본디 아름다운 山水(산수)에 丹楓까지 곁들였으니 錦繡江山(금수강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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