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업료 인상만 계속하나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9시 11분


내년도 중고교 수업료가 전국적으로 올해보다 8∼10% 인상된다는 소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교육청은 8.9%, 부산 경기 울산 대전 등 7개 교육청은 9.9%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청측은 수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고 지원이 빈약하고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세입이 부족한 반면에 교사들의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수업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와 교육여건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의 질,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에게 역할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부작용으로 교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 이들이 다시 사명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사기진작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결정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도 교육청은 올해에도 9% 안팎으로 중고교 수업료를 인상했다. IMF체제로 임금이 삭감되고 실직자가 양산돼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도 교육당국은 교육세 등 세수부족이 예상된다며 중고교 수업료 인상을 강행했다. ‘고통분담’이라는 취지로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과는 대조를 이뤘다. 올해 중고교 수업료 인상은 정부의 재정형편상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치더라도 내년도 인상계획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업료 인상의 기준이 되어온 물가인상률을 따져볼 때 올해는 1%미만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년은 3%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9%씩 연이어 수업료를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

교육재정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IMF사태 등의 이유도 있기는 하나 근본적인 책임은 교육재정의 중장기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으로서는 학부모 부담을 늘리는 것이 재정난 타개를 위해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져야할 책임을 학부모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조세체계개편 등으로 지자체들이 교육재정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조세체계는 국세 위주로 되어 있어 세수 확보가 어려운 지자체 입장에서는 선진국처럼 교육재정을 책임지고 끌어갈 만한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도 지자체들이 하려고만 한다면 교육 투자를 지금보다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공공부문의 교육재정 확보 노력이 동반되어야 수업료 인상도 설득력이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