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갈등해소 실험장’ 特檢팀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별검사의 수사에서는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의미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골수 공안검사와 시민 노동단체 대표들이 한솥밥을 먹으며 ‘특별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내기까지 한 공안 전문가다. 시민단체에서는 검찰의 파업유도사건 수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며 수사협조 요청도 거부했던 간부가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질적인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한다는 것은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21일 수사팀 회의에서는 파견검사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충돌이 생겨 한쪽에서 “철수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파견검사 요청과 특별수사관 임명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오해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책임자인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는 담담하다. 그는 “수사팀 내부의 갈등과 마찰은 당연한 것이며 그것이 두려웠다면 수사팀을 ‘다국적군’으로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특별검사는 “문제는 갈등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의 해결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공안검찰과 시민단체가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진실 앞에서는 다 같은 입장일 것”이라며 “양쪽이 갈등을 겪더라도 궁극적으로 서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존중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그는 단언했다.

특별검사가 최종적으로 내놓을 수사결과도 관심거리지만 사회 통합의 작은 실험장이 될 특별검사팀의 운영도 큰 관심거리다.

이수형<사회부>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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