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明心寶鑑(명심보감)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秋適(추적)은 고려 忠烈王(충렬왕·1274∼1308) 때의 文臣(문신)이다. 號(호)가 露堂(노당)으로 陽智(양지) 秋氏(추씨)의 始祖(시조)이기도 한데 生卒年(생졸년)은 확실치 않다. 忠烈王 때 及第(급제)하여 直史官(직사관·史官), 左司諫(좌사간·諫官), 藝文館(예문관·王命의 작성을 맡은 관청) 提學(제학)에 올랐다는 등의 官歷(관력)과 간단한 사적만 전할 뿐이다.

후에 安珦(안향)에게 발탁되어 生員(생원)들을 상대로 儒學(유학)교육에 힘썼는가 하면 晩年(만년)에는 교양서적을 편찬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유명한 明心寶鑑이다.

明心은 ‘마음을 밝히다’, 寶鑑은 ‘보배로운 거울’이니 明心寶鑑은 ‘마음을 밝히는 훌륭한 거울’이 아닐까.

곧 인생의 등불이 되는 座右銘(좌우명)이나 인격수양의 지침서라고 하겠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 명나라 范立本(범입본)이 지은 것을 改撰(개찬)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본래는 이름도 明心寶鑑抄(초)라고 했다.

총 19편이었는데 지금은 繼善(계선), 天命, 順命, 孝行, 正己 등 24편으로 늘어났다. 초학자가 千字文(천자문)을 뗀 뒤 童蒙先習(동몽선습)을 익힐 때 함께 교재로 애용되었다. 주로 論語 등 經史子集에서 내용을 취하여 金言化한 것으로 가까이는 인간의 道理에서 멀리는 天道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구절 하나를 들어본다.

‘見善如渴(견선여갈)하고 聞惡如聾(문악여농)하라!’(착한 일을 보거든 목마른 듯하고 악한 일을 보거든 귀머거리 같이 하라!―繼善篇).

國監(국감)용 明心寶鑑이 출현했다는 보도다. 원만한 감사를 위해 의원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송곳 같은 질문으로 성가를 높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당략적, 비호성 질문을 하는 의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의원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劃罪於民(획죄어민)이면 無所禱也(무소도야)라’(유권자에게 죄를 지으면 벗어날 구멍이 없다). 내가 한 말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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