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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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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는 도쿄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자연 환경도 일본 본토와 매우 달라 대외 무역에서는 혼슈(本洲)와 독립적 경제단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북해도에 수출을 하려면 도쿄 등을 경유해 일본의 높은 국내 운송비를 부담하기 보다는 직거래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북해도는 농수산 및 낙농의 비중이 큰 반면에 본토에 비해 제조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감자가 일본 전체 생산량의 78%, 양파 60%, 우유 42%, 수산물 26%를 차지한다. 일본은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이지만 북해도는 매년 큰 역조를 보여 98년 약 3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 98년 북해도와 무역에서 53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북해도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미국 14개사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등 많은 외국 기업들이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현지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대일 적자가 막대하고 지리적으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으면서도 북해도에 무역상사를 전혀 두고 있지 않으며 북해도에서 열리는 각종 수출품 전시회도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98년 기준 일본의 총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한국 수출품의 점유율은 4.2%였으나 북해도에서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이 매일 서울∼신치도세를 왕복 운항하고 부산∼북해도에 주 4편의 정기 화물선이 취항해 한국 상사들은 다른 외국 기업보다도 북해도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북해도에는 한국 식품을 중심으로 한국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소비 부진으로 인한 오랜 불경기 속에서도 최근 신치도세 공항에서 개최된 한국 물산전에서는 1점에 1400만원 하는 나전공예, 150만원을 호가하는 가방 등 고급 제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팔려 공항 관계자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삿포르 미쯔코시백화점에서 열린 한국식품전에서는 물건이 없어 못파는 현상까지 일어나 긴급히 항공편으로 김치를 공수했다. 당초 백화점은 6일간 매상고를 8000만원 정도로 예상했으나 최종 집계결과 두배 가까운 1억5000만원을 올렸다.
수출증진을 위해 아프리카에 가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히는 기업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눈을 가까이로 돌리면 아프리카 몇 나라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큰 수입시장이 이웃 북해도에 있다.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거대한 수입시장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수출시장이라기 보다는 기술 자본재 등의 수입시장이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대일(對日) 수출증진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정영구(주 삿포로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