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포커스]'15세등급'폐지 4개월만에 부활목소리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여기까지 왔는 데 그냥 들어갈께요.”

“18세 이상 관람가여서 학생은 못 들어가.”

7일 오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상영 중인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앞.극장 직원과 좀 어려보이는 관객 사이에 난데없는 ‘나이 싸움’이 한창이었다.

6월 영화진흥법 개정으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폐지되면서 영화의 분류 등급이 ‘12세 이상 관람가’―‘18세 이상 관람가’―‘모든 관객관람가’ 등 3단계로 축소된 뒤 ‘링’ ‘자귀모’ 상영 당시에도 가끔 목격됐던 풍경이다.

서울극장의 한 관계자는 “작품 자체가 10대 취향이어서 그런지 이런 시비가 잦다”면서 “열 명 중 한 명 꼴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고 발길을 돌리곤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등급외전용관(성인영화전용관) 허용과 함께 15세 등급의 부활을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영화가의 대체적인 반응은 15세 등급의 부활이 필요한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주유소…’의 제작사인 ‘좋은 영화’의 김미희이사는 “15세 등급의 폐지로 12세와 18세 사이에 존재하는 중고생은 사실상 영화 고객 중에서 유령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작품의 내용상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어려울 경우 중간 등급이 없어 18세 이상으로 판정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면서 “15세 등급 부활은 청소년층의 영화에 대한 욕구나 영화 산업적 측면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5세 등급을 폐지한 것은 12세쪽으로 등급을 관대하게 적용해 관람층을 넓히라는 취지였다”면서 “등급위가 보수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고 15세 등급을 부활시키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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