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다윈의 재발견]‘신경다윈주의’ 들어보셨나요?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아기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지만 자라면서 언어를 배우는 동안 이 능력을 점점 잃어버린다는 주장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기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지만 자라면서 언어를 배우는 동안 이 능력을 점점 잃어버린다는 주장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4일부터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윈전(展)’을 기념해 ‘생활 속 다윈의 재발견’ 연재를 시작합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다윈 업적의 의미를 찾아내는 이번 연재를 통해 최신 진화론의 연구 성과를 한층 가깝게 느껴보세요.》

절대음감도 개발하기 달렸어요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오늘로 꼭 9개월 된 우리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다가도 이 노래만 들려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칩니다. 그리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얌전해집니다.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어떤 음을 들었을 때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도 고유한 높낮이를 알아내는 능력을 ‘절대음감’이라고 합니다. 아기가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는 동안 말(언어)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능력을 점차 잃어버린다는 겁니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 굳이 절대음감이 필요 없다는 얘기죠.

영국 레딩대 고고학자 스티븐 미슨 교수는 35만 년 전 유럽에서 나타나 2만∼5만 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이 지금의 인류보다 음악능력이 뛰어났다고 추측합니다. 이들은 목소리의 높낮이나 강약, 리듬 등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의사소통을 했을 터. 절대음감이 있어야 서로의 목소리만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겠죠.

어른들은 아기에게 말할 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 높낮이를 과장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조상들이 갖고 있던 절대음감 유전자가 아직 우리 몸에 남아있진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절대음감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적어도 하나 이상일 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유전자가 평생 작동을 할지, 능력을 잃어버릴지는 어릴 때부터 얼마나 음악적 훈련을 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1990년 전후 ‘신경다윈주의’란 말이 나왔습니다. 아기의 뇌는 대량의 신경망을 만들어 내고, 그중 자라면서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이 ‘선택’돼 고유한 인지능력이 형성된다는 주장입니다.

부모와의 대화나 절대음감 능력도 당연히 신경망 발달에 영향을 미치겠죠. 아기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임소형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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